[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지난 12일 대회원 담화문과 함께 ‘기존 면허자에 대한 경과조치가 마련됨을 전제로, 한의과대학 등의 한의학‧의학 통합교육을 이수한 한의사를 지역‧공공의료 의사 인력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를 발의했다.
그리고 같은날 저녁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한의협 유튜브 채널 ‘한방에산다’ 라이브 방송에 출연, 한의협 권오빈, 김계진 홍보이사의 진행으로 이날 발의된 전회원투표 안건 및 회장 담화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한의사 회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회원투표 목적과 배경
먼저 이번 전회원투표의 목적에 대해 김 부회장은 최근 정부가 꺼내든 의료인력 재편 논의에 참여해 한의사의 역할 영역을 넓히려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돼 오다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까지 이르렀으며 이에 정부는 지역과 공공의료에 대한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간 연간 400명 씩 총 4000명의 의사인력 증원을 발표했다.
의사인력에 대한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평소 한의사들이 일차의료 통합전문의로 활동하도록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던 현 집행부는 정부가 촉발한 이 논의가 의료인력 재편의 중요한 시기이자 한의계로서는 큰 기회로 판단했으며 기존의 판이 흔들리는 이 때 한의계가 의지를 갖고 명확한 목소리를 내 회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나 정책을 가져올 수 있도록 회원들에게 의료인력 재편 논의 참여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투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한의과대학 등의 한의학‧의학통합교육을 이수한 한의사를 지역‧공공의료의사 인력으로 활용하게 만드는 정책이 있어 이번 투표를 통해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책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데 집행부는 이 부분이 의료일원화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다고 본 것이다.
갑작스런 전회원투표에 의아해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정부가 의대 인원 증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인력 재편 논의가 시작돼 집행부도 급하게 논의에 끼어들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거니와 코로나19로 대의원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야 하는 급박한 부분도 있어 전회원의 뜻을 묻기로 결정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경과조치가 없는 이유에 대해 김 부회장은 현재 발의된 전회원투표는 논의에 참여해 협상을 해보겠다는 것이고 그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경과조치안도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투표로 논의에 참여해 최종안이 나와 결정단계가 되면 회원의 의사를 다시 묻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경과조치 형태는?
많은 한의사들이 경과조치에 대해 궁금해 했는데 김 부회장은 경과조치의 형태가 너무나 다양해 특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배웠고 얼마나 실습을 했느냐 하는 내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통합면허가 주어지는 의사가 어디까지 배워야 하느냐하는 것에 대한 분석이 나올 것이고 이를 기준으로 각각의 위치에 상응할 만한 경과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면허자가 경과조치에 따른 과정을 이수한 경우 일정기간 의료인이 부족한 지역이나 공공의료에 투입돼 근무해야할 것으로 보이며 다만 기간은 협의가능한 지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투표 안건에 ‘기면허자에 대한 경과조치가 마련됨을 전제’로 하는 부분이 최근에야 포함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 부회장은 애매한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는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투표안을 만들 때 되도록이면 간명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한의과대학 등의 한의학‧의학 통합교육을 이수한 한의사’라고 하면 졸업한 한의사가 당연히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이 애매하니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명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민족의학에 걸맞는 한의약을 활용한 공공의료, 일차의료가 아니라 왜 통합의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대해 김 부회장은 “민족의학이라는 말이 한의사에게 한과 눈물이 서려있는 말이라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다만 21세기 한의학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보면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낸 한의학을 기반으로 전세계가 과학적으로 이뤄낸 생화학을 흡수한 형태의 모습이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할 한의학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는 관점에 따라 민족의학을 포기하고 나간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한의학을 기반으로 진정한 현시대의 민족의학을 형성해 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우려되는 의원급 교차고용
한의사 회원들은 ‘의료기관 통합’과 관련한 우려도 제기했다.
의원급까지 교차고용을 허용하게 될 경우 한의사가 진단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명시적으로 진단기기 사용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근 정형외과나 규모가 큰 한의원에서 교차고용을 통해 한‧양방 의료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게 될 경우 규모가 작은 한의원은 큰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김 부회장은 오히려 로컬에서의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사인력 중 한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6.7%, 건강보험에서의 비중은 4%인데 이는 레드오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차고용을 하게 될 의원은 대부분 블루오션인 96%의 시장을 타깃으로 진출할 것이란 분석이다.
단적인 예로 병원급 교차고용 허용 전에도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10년이 지난 오늘날 오히려 한방병원이 많이 증가했고 이로인해 한의사들의 취직 기회도 많이 늘어 로컬에서의 개원 압력이 그만큼 줄어든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서는 서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으나 트랙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사와의 통합을 논의해 나가다 보면 사회적 통념에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는 오히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의협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김 부회장은 의협이 그동안 시민사회 등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의사인력 확충에 결사반대하며 저지해 왔으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고 했다.
의사들이 집단 파업 카드를 빼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의사부족 사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의사와 한의사로 나눠져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비용, 환자의 불편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의료일원화를 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고 한의사라는 고급 의료교육을 받은 인력을 부족한 일차의료에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다는 것.
김 부회장은 “기존의 판에 균열이 생길 때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한의계로서는 그 어느때보다 큰 기회가 온 상황이라고 보고 한의사의 역할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번에 균열이 생긴 판을 잘 활용, 1900년대 의사규칙에 나온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회원투표 안건 및 회장 담화문 해설
한편 김 부회장은 한의사 회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전회원투표 안과 회장 담화문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회원투표에 부치는 사항은 “기존 면허자에 대한 경과조치가 마련됨을 전제로, 한의과대학 등의 한의학‧의학통합교육을 이수한 한의사를 지역‧공공의료 의사 인력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인데 여기서 말하는 ‘한의과대학 등’은 대학원, 의과대학, 연수실무교육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연수실무교육이란 졸업 후 보수교육을 의미한다.
안건 내용 중 ‘통합교육’은 한의과대학 기준교육 외 요구되는 사항을 추가 교육하는 것으로 복수전공, 학점교류, 직접교육, 연수실무교육 등 여러 방안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수한 한의사’는 한의과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의학사 학위를 받았거나 6개월 이내에 졸업하고 해당 학위를 받을 것으로 예정된 자로서 통합교육을 이수한 자로 해석하면 된다.
‘지역‧공공의료 의사인력으로 활용’은 제한된 면허로서 지역‧공공의료 및 일차의료에 우선 활용하는 의사인력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제한된 면허’란 의료행위에 있어 도구 활용에 제한이 없지만 활동 범위나 근무 기간 등에 제한이 있다는 의미다.
회장 담화문에 나오는 ‘교차교육’은 재학 중 병행교육을 의미하며 한의대 재학 중 의학교육을 추가하는 내용과 복수전공, 학점교류, 직접 교육 등이 있다.
복수전공은 같은 대학 내에서, 학점교류는 지역거점대학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교차면허’는 졸업 후 추가교육을 의미한다.
한의대 졸업자 중 추가 의학 교육을 받으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고 대학 내 강좌 개설, 대학원 과정 개설, 온오프 연수실무교육 등을 활용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기관 통합’은 의사-한의사 동업 허용, 의원급 교차고용 등으로 개설 의료기관 어디서나 의사, 한의사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기관을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병원급 이상에 교차고용이 허용돼 있어 한방병원과 일반 중소병원에 종별차이가 근본적으로 없어진 상황으로 이를 의원급까지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면허자 한의사-의사의 면허범위 조정’이란 교육의 공통영역은 면허의 공통영역에 해당하므로 진단기기, 한양방복합제, 천연물의약품, 예방접종 등 공동 면허 범위를 설정해 기면허자의 공동 사용 영역을 법제화하는 부분이다.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와 의료인의 면허 외 행위 구별’은 의료인이 아닌자가 하는 의료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해 현행과 같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되 면허 외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급여인정 여부의 구별 등으로 대응하고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만의 경우 중의사가 MRI를 하면 보험적용이 안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그 행위를 거의 할 수 없다는 의미와 비슷하며 다만 이를 행했다 하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지는 않는다.
‘전문의 제도 강화’는 한의사전문의 비율 상향 및 전문의 역할을 증대시켜 전문의가 한의사+의사+해당분야 전문가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현재 8개과 전문의가 나오고 있는데 통합치과전문의를 벤치마킹해 전문의 제도를 강화함으로서 한의계의 수준을 한층 높여가겠다는 의미다.
August 13, 2020 at 03:1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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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재편의 중요한 시기, 한의계의 큰 기회” -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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