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건드리는 사람은 끝까지 내 식대로 응징한다.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고 히스테릭한 모습이 ‘레이’한테 읽히지 않으면 인남(황정민)을 그렇게 쫓는 것에 대해 관객을 설득 못 시킬 것 같았어요. 어디까지 밀어붙여야 되는가. 내가 최대한 과하게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가, 테스트 해봤죠.”
5일 개봉하는 범죄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 암살자 인남을 뒤쫓는 무자비한 재일교포 야쿠자 레이를 연기한 배우 이정재(48)의 말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레이를 “내가 해본 역할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라 소개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5일 개봉
베테랑 암살자 쫓는 재일교포 야쿠자 역
'신세계' 황정민 형과 역할 바꾼 느낌
그러나 ‘신세계’와는 “다른 색깔”이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캐릭터도 상당히 달라요. 정민 형과 오히려 (‘신세계’ 때와 서로) 역할을 바꾼 것 같은 느낌이죠.”
영화에서 레이는 자신의 친형 같은 존재를 암살한 인남을 일본‧한국‧태국까지 3개국을 넘나들며 추격한다. 목‧가슴팍을 뒤덮은 화려한 문신, 의사 가운이 연상되는 흰색 긴 코트를 휘날리며 첫 등장하는 일본 장례식장 장면부터 강렬하다.
“맹목적으로 인남을 쫓기만 해서는 지루하지 않을까 했어요. 왜 저렇게까지 쫓는가를 대사나 상황이 아니라 그냥 레이를 딱 보는 순간 ‘쟤는 저럴 것 같애’라고 룩(Look)과 표정, 느낌으로 설명되게 해보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이죠. 첫 장면이 가장 중요했어요.”
황정민 "처음해봐 낯설다" 했던 액션
레이는 칼‧총‧맨주먹 등을 총동원해 봐주는 상대 없이 ‘인간 사냥’을 벌인다. 인남에게도 복수를 넘어, 오직 목숨줄을 끊으러 온 지옥 사자처럼 공격을 펼친다. ‘빅매치’(2014)에서 서울 도심 속을 질주했던 우직한 파이터 익호, ‘도둑들’(2012)의 유들유들한 도둑 뽀빠이에겐 없던 모습이다.
“사실 시나리오엔 총격 액션만 있었어요.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태국 로케이션 촬영을 가면서 원래 없던 장면이 생겼죠. 제가 태국 마피아와 칼로 부딪히는 첫 액션신도 갑자기 추가되면서 갑자기 현지에서 짧은 기간 연습하고 찍게 됐죠.”
대본에 없던 육탄전·칼 액션 태국서 도전
“연기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찰나의 표정이죠. 그 표정을 위해서 전체 액션신을 하는 거라 보면 되거든요. 액션도 액션이지만, 끝난 다음에 얼음을 씹어먹거나 하는 것이 저에겐 중요했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 명대사
“가만히 있을 때도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이상한 표정, 그런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서 현장에서도 철저히 혼자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촬영 끝나고도 주위에선 제 얼굴에 레이 느낌이 남아있다고 그러시더군요.”
아파트 이웃이던 황정민, 팬에서 인연으로
배우 28년차, 감독 도전 계기 '도둑들' 때…
“‘도둑들’ 때 홍콩 배우 임달화 선배가 ‘지난달에 영화 프로듀싱을 했고 이번 달엔 직접 쓴 시나리오가 제작에 들어가고 또 몇 달 후엔 직접 연출한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 배우‧연출 나눌 것 없이 영화인이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큰 자극을 받았죠. 이후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조금씩 적어보며 아이템을 준비해왔어요.”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는 “한계를 느껴서”라고 했다. “오래 연기하다 보니까 내 안에 있는 건 거의 다 꺼내쓴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는 아주 큰데, 이정재라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죠, 솔직히. 그럴 땐 운동이나 산책하다 보면 힘이 좀 생긴 것 같고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이번에 함께한 황정민 형, 박정민씨 같은 연기를 보며 자극도 받죠.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가고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August 03, 2020 at 10: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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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차 배우 이정재 "가장 중요한 건 찰나의 표정, 그걸 위해 액션도 한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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