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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2, 2020

28년차 배우 이정재 "가장 중요한 건 찰나의 표정, 그걸 위해 액션도 한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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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 후 7년만에 뭉친 범죄 느와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재일교포 아쿠자 레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 후 7년만에 뭉친 범죄 느와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재일교포 아쿠자 레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나를 건드리는 사람은 끝까지 내 식대로 응징한다.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고 히스테릭한 모습이 ‘레이’한테 읽히지 않으면 인남(황정민)을 그렇게 쫓는 것에 대해 관객을 설득 못 시킬 것 같았어요. 어디까지 밀어붙여야 되는가. 내가 최대한 과하게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가, 테스트 해봤죠.”

 
5일 개봉하는 범죄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에서 암살자 인남을 뒤쫓는 무자비한 재일교포 야쿠자 레이를 연기한 배우 이정재(48)의 말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레이를 “내가 해본 역할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라 소개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5일 개봉
베테랑 암살자 쫓는 재일교포 야쿠자 역

 

'신세계' 황정민 형과 역할 바꾼 느낌

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주연 배우 이정재를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주연 배우 이정재를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과는 범죄 느와르 ‘신세계’(2013) 이후 7년 만의 재회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정민이 형이 캐스팅 돼 있었어요. 출연 결정에 정민 형 영향이 꽤 있었죠. ‘신세계’ 때 워낙에 즐겁게 촬영했거든요. 다시 작품으로 만난다는 게 사실 어려운데, 정말 인연이죠.”
 
그러나 ‘신세계’와는 “다른 색깔”이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캐릭터도 상당히 달라요. 정민 형과 오히려 (‘신세계’ 때와 서로) 역할을 바꾼 것 같은 느낌이죠.”
 
영화에서 레이는 자신의 친형 같은 존재를 암살한 인남을 일본‧한국‧태국까지 3개국을 넘나들며 추격한다. 목‧가슴팍을 뒤덮은 화려한 문신, 의사 가운이 연상되는 흰색 긴 코트를 휘날리며 첫 등장하는 일본 장례식장 장면부터 강렬하다.  
 
“맹목적으로 인남을 쫓기만 해서는 지루하지 않을까 했어요. 왜 저렇게까지 쫓는가를 대사나 상황이 아니라 그냥 레이를 딱 보는 순간 ‘쟤는 저럴 것 같애’라고 룩(Look)과 표정, 느낌으로 설명되게 해보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이죠. 첫 장면이 가장 중요했어요.” 
 
영화에서 레이의 첫 등장 장면. 일본 전톡 가옥에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그의 화려한 차림이 도드라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레이의 첫 등장 장면. 일본 전톡 가옥에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그의 화려한 차림이 도드라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에 레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직접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하며 레이만의 스타일을 찾아갔다고 했다. “첫 미팅 때 USB에 담아간 룩을 쫙 한번 선보였죠. (최종 선택되지 않은) 핑크 머리에 흰 부츠, 주황색 반바지 등 제일 센 이미지부터 보여줬더니 다들 당황하더라고요. 영화팀이 잡은 룩은 군중 속에 있으면 식별되지 않는 훨씬 다크한 킬러였거든요.”
 

황정민 "처음해봐 낯설다" 했던 액션

 이번 영화에 자주 쓰인 슬로모션 장면에선 이정재의 살기등등한 표정이 마치 사진처럼 각인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에 자주 쓰인 슬로모션 장면에선 이정재의 살기등등한 표정이 마치 사진처럼 각인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인남 역의 황정민은 이번 영화 액션에 대해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낯설었다. 정재와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재는 “여러 액션 기법을 사용했다.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현장에서 한번 시도해봅시다, 하셔서 처음 해본 것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레이는 칼‧총‧맨주먹 등을 총동원해 봐주는 상대 없이 ‘인간 사냥’을 벌인다. 인남에게도 복수를 넘어, 오직 목숨줄을 끊으러 온 지옥 사자처럼 공격을 펼친다. ‘빅매치’(2014)에서 서울 도심 속을 질주했던 우직한 파이터 익호, ‘도둑들’(2012)의 유들유들한 도둑 뽀빠이에겐 없던 모습이다.
 
“사실 시나리오엔 총격 액션만 있었어요.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태국 로케이션 촬영을 가면서 원래 없던 장면이 생겼죠. 제가 태국 마피아와 칼로 부딪히는 첫 액션신도 갑자기 추가되면서 갑자기 현지에서 짧은 기간 연습하고 찍게 됐죠.”
 

대본에 없던 육탄전·칼 액션 태국서 도전

태국 방콕에서 툭툭(인력거)을 탄 레이(이정재)가 인남(황정민)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장면의 촬영 현장 모습이다. 태국 마피아와 태국 경찰까지 뒤얽힌 대규모 추격 액션을 촬영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태국 방콕에서 툭툭(인력거)을 탄 레이(이정재)가 인남(황정민)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장면의 촬영 현장 모습이다. 태국 마피아와 태국 경찰까지 뒤얽힌 대규모 추격 액션을 촬영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는 “‘빅매치’ 때 훈련한 기억을 끄집어냈지만 처음엔 다리가 잘 안 움직이더라”고 했다. 액션 촬영 중 어깨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도 입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반가운 결정이었다. 레이가 어떻게 살아왔겠구나, 어떤 인간일 것 같다를 관객한테 보여드릴 수 있는 순간이 생긴 것이었다”고 말했다.
 
“연기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찰나의 표정이죠. 그 표정을 위해서 전체 액션신을 하는 거라 보면 되거든요. 액션도 액션이지만, 끝난 다음에 얼음을 씹어먹거나 하는 것이 저에겐 중요했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 명대사

레이가 빨대 꽂은 아이스커피를 즐겨 드는 설정은 “사람을 죽이러 온 애가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는 독특함을 표현하려고” 그가 고안한 것이다. 레이를 만난 사람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는 극 중 대사는 코엔 형제 감독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살인마의 명대사를 따왔다.  
 
“가만히 있을 때도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이상한 표정, 그런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서 현장에서도 철저히 혼자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촬영 끝나고도 주위에선 제 얼굴에 레이 느낌이 남아있다고 그러시더군요.”
 

아파트 이웃이던 황정민, 팬에서 인연으로

두 번째 만난 황정민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신세계’ 이전의 기억부터 떠올렸다. “형이 ‘달콤한 인생’ 이후 몇 작품 할 때까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형이 애기 안고 산책하는 장면도 보고 서로 인사도 했거든요. 그땐 진짜 팬이었죠. 굉장히 표현이 자유롭잖아요. ‘신세계’ 땐 그 황정민과 같이 연기하는 것 자체가 설렜죠. 정민 형과 ‘신세계’보다 연기적으로 더 열심히 해서 재미난 영화 찍어보자, 그런 얘기 많이 했어요.”
태국에서 액션 촬영으로 녹초가 된 황정민과 이정재(왼쪽부터). 여기에 히든카드로 출연한 배우 박정민이 가세해 '연기 구멍' 없는 호흡을 이뤘다. 지난해 ‘사바하’에 이어 이번엔 여장 남자 캐릭터로 재회한 박정민에 대해 이정재는 ’진짜 천재가 아닌가 싶다. 현장에서 언제 왔다 간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겸손한데 연기는 굉장히 섬세하다“ 면서 ’부럽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태국에서 액션 촬영으로 녹초가 된 황정민과 이정재(왼쪽부터). 여기에 히든카드로 출연한 배우 박정민이 가세해 '연기 구멍' 없는 호흡을 이뤘다. 지난해 ‘사바하’에 이어 이번엔 여장 남자 캐릭터로 재회한 박정민에 대해 이정재는 ’진짜 천재가 아닌가 싶다. 현장에서 언제 왔다 간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겸손한데 연기는 굉장히 섬세하다“ 면서 ’부럽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배우 28년차, 감독 도전 계기 '도둑들' 때…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배우 28년차. 최근엔 첩보액션 영화 ‘헌트’(가제)로 직접 주연을 겸해 감독 데뷔한다고 발표했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9)부터 22년 지기 ‘절친’이자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배우 정우성을 공동 주연으로 점찍고 출연을 설득 중이다.
 
“‘도둑들’ 때 홍콩 배우 임달화 선배가 ‘지난달에 영화 프로듀싱을 했고 이번 달엔 직접 쓴 시나리오가 제작에 들어가고 또 몇 달 후엔 직접 연출한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 배우‧연출 나눌 것 없이 영화인이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큰 자극을 받았죠. 이후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조금씩 적어보며 아이템을 준비해왔어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장의 현장 편집 모니터 옆에서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정재, 태국 현지 배우(왼쪽부터)가 밝게 웃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장의 현장 편집 모니터 옆에서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정재, 태국 현지 배우(왼쪽부터)가 밝게 웃고 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는 “한계를 느껴서”라고 했다. “오래 연기하다 보니까 내 안에 있는 건 거의 다 꺼내쓴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는 아주 큰데, 이정재라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죠, 솔직히. 그럴 땐 운동이나 산책하다 보면 힘이 좀 생긴 것 같고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이번에 함께한 황정민 형, 박정민씨 같은 연기를 보며 자극도 받죠.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가고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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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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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3, 2020 at 10: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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