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햄리 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장
美·日·濠·印의 反中협력 ‘쿼드’
안보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한계
한국에 왜 참여 압박하는지 의문
트럼프가 中을 상대하는 정책은
中이 자국이익을 포기하라는 것
전략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낮아
文대통령, 종전선언 제시했지만
美, 김정은의 작년 12월 연설로
사실상 평화협정 포기했다 평가
“미국에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반(反)중국 협력체)는 좋은(good) 것이지만 한·미 동맹은 필수적(vital)인 것입니다.”
존 햄리(70·사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문화일보와의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이 단기적으로는 쿼드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햄리 소장은 쿼드가 안보 측면만 고려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햄리 소장은 미 정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흐름이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중국에 자국 이익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방향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비판했다. 또 햄리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비핵화협상 진전 방안으로 제시한 종전협정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연설을 통해 평화 협정을 포기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미국 정가와 싱크탱크에서 대표적인 오피니언리더다. 미 의회예산국(CBO) 부국장을 거쳐 국방부 차관, 부장관 등 국방 분야에서 오랜 기간 실무를 담당했다. 공화당원이면서도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국방부 부장관으로 근무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정책위 의장을 맡았다. 초당적 성격에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다.
2000년부터 CSIS 소장 겸 CEO를 맡고 있는 햄리 소장과의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지난 21일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하는 등 국제 관계에서 분열 요소가 표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미·중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분열 상황을 어떻게 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악화와 관련해 중국을 문제로 삼는 것을 선택했다. 이 상황을 글로벌거버넌스의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세계적 차원에서 무역과 교통이 이뤄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단 한 국가 차원의 대응으로는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시대다. 그래서 중국을 문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렇다고 강력한 국제기구가 만들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WHO를 탈퇴했지만, WHO는 강력한 기구가 아니다. 어떤 나라도 WHO에 강력한 권한을 주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WHO는 아프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에 들어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 독일과 같은 나라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딜레마다. 우리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들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무역 문제, 홍콩과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대만 문제 등 ‘중국 때리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인식과 태도가 변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워싱턴DC의 지배적인 분위기가 중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실수일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이 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자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과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자국의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는 데 목표를 두면 안 된다. 그것은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보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이 없는 것 같다.”
―미·중 관계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흐름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한결같이 적대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국과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건설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대중 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현재로는 점치기 힘들다. 바이든 후보 측의 중국에 대한 정책 설명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 존 햄리 CSIS 소장이 지난 2017년 1월 28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왼쪽부터),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샘 넌 전 상원의원과 토론하는 모습. |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4개국 협력체인 ‘쿼드(Quad)’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쿼드를 인도·태평양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형태로 확대하려는 의도도 보이고 있다.
“안보 의제로 쿼드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쿼드의 목적은 일본, 호주, 인도 등 강대국을 한데 모아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안보 의제다. 쿼드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가하는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아시아를 평화로운 지역으로 보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쿼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쿼드에 무역이나 외교적 의제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를 확대하려고 하면서 한국이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처지다. 미국과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가.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다. 이것은 매우 특별한 관계다. 우리는 서로 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런 한·미 관계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쿼드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이 아시아 대륙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기수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소중한 것이다. 또 이 점이 우선순위에서 한국을 완전히 다르게 다루도록 하는 부분이다. 미국에 쿼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과의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다. 한국도 미국이 확고한 동반자라는 점에 대한 확신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가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다고 앞으로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 동맹에 이상기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는 한국인 친구가 수백 명 있다. 또 한국인 대자(god son)도 있다. 나는 한국인 친구들과의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나에게 형제며 자매다. 이것은 단순한 파트너십 이상이다. 이는 내 마음속에 있는 유대감이다. 나는 미국인들이 한국과의 관계를 나처럼 생각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이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다수 정치 지도자는 한국과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파트너십을 지지하고 있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은 동북아시아가 아닌 동남아시아에서 커다란 안보 차원의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나는 답을 모른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있는 우리 동료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계속해서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희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지.
“효과가 없었다. 실패의 주원인은 북한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협상단에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입장보다 진지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미국 협상단의 심각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2차 정상회담에서 다른 제안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점이 실패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향후 대북 정책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한국과 미국 간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한·미가 어떤 방식으로 이견을 줄여가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한국이 아시아 대륙에서 민주주의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목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강력한 민주주의 촉진자가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한국이 가장 강력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는 한국이 통일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정말 한국이 매우 강력하게 되길 원한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이 강해지도록 도움을 주고, 북한이 중국의 한 지역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이 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문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곳 워싱턴DC에서 북한과의 평화 의제는 가라앉은 상태다. 미국 내 가장 주요한 정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연말 연설을 했을 때 북한은 사실상 평화 협정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들을 준비”하기 위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제기하고 해결 방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향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진행될까.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후보 측의 명확한 방향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과 화해를 이끌어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자세를 바꾸려는 ‘진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바이든 후보 측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해 재임하게 될 경우 김 위원장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신만이 알고 계실 거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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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국제정치학 박사 △의회예산국 국가안보·국제문제담당 부국장 △국방부 부장관 △버락 오바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 △국방부 국방정책위 의장 △전략국제문제연구소장 겸 CEO
October 29, 2020 at 08:3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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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쿼드가 '중요한 것'이라면 韓·美동맹은 '필수 불가결한 것'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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