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에서 사업 계획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하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좋은 전략과 기술력이 있어도 외부 환경이 바뀌고 내부적 여건이 계속 변화하는데 사업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변화된 환경을 바탕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실행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투자 전문 기업 정회훈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이하 KVI) 대표의 조언이다. 정 대표는 창업자들에게 투자자의 관점과 기술사업화에 필요한 전략을 화상회의를 통해 전국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30일 오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대덕넷이 개설한 대덕 기술사업화네트워크 '창업촉진상회' 화상회의(ZOOM)에 전국의 과학기술 및 스타트업 관계자 60여명이 참여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비롯해 ETRI,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POSTECH(포스텍), 플러스 특허, 충남대학교,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 등 전국 창업 혁신 주체들이 기술사업화 과정 노하우에 관심을 기울였다.
정회훈 대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기술사업화 과정 A to Z'를 주제로, 성공적인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창업가의 열정, 전문성, 경험 그리고 좋은 사업 계획서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기술사업화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벤처캐피탈의 경우 일 년에 3만개 이상의 비즈니스 플랜을 받는다고 한다. 그 중 한 번이라도 미팅을 갖는 경우는 750건에 불과하다. 최종 투자까지 성사되는 건 보통 12~24건으로 0.1%도 안된다. 따라서 창업자는 다른 수 만개의 회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투자 받을 수 있다.
정 대표는 "다른 회사와의 차이점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업 계획서다. 그래서 사업계획서는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차별화를 위해 창업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며 무엇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지 고민해야 된다. 즉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접근이 여기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처캐피탈은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닌 지분을 투자하는 곳이다"라며 "초기 기업에 투자해 회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펀딩 사례를 통해 후속 조치(Follow up)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국계 미국인 창업자가 밴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으려고 미팅을 가졌다. 사업 계획서와 기술력이 뛰어났으며 발표 역시 훌륭했다. 그러나 창업자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했다. 미팅을 마친 후 후속 조치 메일이 한 시간 이내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벤처캐피탈은 창업자의 열정과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는 "아마 나였어도 한 시간 이내에 후속 조치 메일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벤처캐피탈 분야에서 지켜보니 빠르게 수정하고 행동하는 분들이 결국 성공한다"고 후속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에서 자신의 영역 구축 필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테슬라의 사례를 들며 틈새시장이란 뜻을 가진 니치마켓(Niche Market)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테슬라는 기존 대중 자동차 시장 대신 유명인이나 친환경주의자들이 소비할 '전기 자동차'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당장의 매출을 노리기보다는 니치마켓에 들어가서 전기 자동차 성능이 괜찮다는 인식을 심었다.
2008년 3월 테슬라의 첫 작품인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가 출시됐다. 성능에 대한 인식을 바꾼 테슬라는 3개월 뒤 곧바로 프리미엄급 세단 모델S를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전기 자동차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 전략의 성공으로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정회훈 대표는 "이런 전략을 경쟁자가 적은 오솔길 전략이라고 한다. 작은 시장을 먼저 선점해 점차 주변 시장으로 넓혀가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초기에 내 기술을 가지고 거대한 시장으로 바로 진입하기보다는 오솔길 전략을 택해 점진적으로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화상회의 참가자들은 기술 사업화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환경에서 어떤 스타트업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지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온라인 참여자는 "코로나19로 투자환경이 어려워졌다. 어떻게 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노하우가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정 대표는 "실리콘밸리 사무실 임대 비용이 하락했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가면 백화점들이 문을 닫았다"라며 "라이프 스타일이 모바일과 같은 비대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지속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한편 다음 창업촉진상회 정기모임은 내달 6일 오후 2시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딥테크 스타트업 교과서'를 주제로 발표한다. 사전 참가 신청과 자세한 사항은 대덕넷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July 31, 2020 at 12:1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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